본문 바로가기
글쓰기

"내가 왜 이렇게 화를 냈을까?"

by 온예방 2024. 4. 16.
반응형

2024년 4월 10일은 선거날이다. 나는 이 중요한 날 투표를 하지 못했다. 그리고 배우자와 노발대발 싸움을 했다. 아이가 보는 앞에서 이렇게 미친 듯이 화를 내는 것은 오랜만의 일이었다. 왜 나는 투표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화를 주체할 수가 없었을까?

 

첫 번째로 생각해 본다면, 10분이 남은 시간 속에서 남편이 자신의 출근 차를 편하게 다른 곳에 주차하러 갔다는 것이다. 갔다 와서는 투표 장소도 정확히 모른다고 것에 속된 말로 빡쳤다. 그리고 세 번째로는 몇 초 남겨둔 순간에 나를 먼저 차도에 내려놓으면서 "남편도 따라간다고 얘기해 줘"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평소 거북이라고 생각했던 남편의 행태에 대해서 나 같으면 대충 주차하고 뛰쳐나갔을 것인데, 또 반듯하게 주차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자 하니 가관이기도 했다.) 나는 황당했다. 나도 될까 말까 한 상황에서 애들 시장놀이도 아니고 이게 할 말인가? 상식적으로

? 결국 나는 투표하지 못하고 열이 받았다. 안 그래도 나라가 뒤숭숭해서 '전쟁이 몇 년 후에 일어난다' 하고 말이 많은데 투표까지 못했으니 심리적인 압박이 더해졌는지도 모른다. 안 그래도 요새 기도도 잘 안 나와서 SOS 부탁한 지인에게도 탄식의 기도 밖에는 못하는 힘든 상황까지 겹쳐서 더 마음이 컨트롤이 되지 않았던 것일까? 나는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고 차를 두드리고 깽판을 쳤다. 남편도 이런 흥분한 나를, 험한 말을 내뱉는 나를, 두고두고 참을 수는 없는 인간인지라 소리를 질렀다. 나는 이에 질세라 미친년이 되었다. 아이에게는 너무나 미안한 일이지만 절제가 되지 않았다. 남편을 어리석게 보았던 과거까지 겹쳐서 '어떻게 생각을 이것밖에 못하나' 싶어서 견딜 수 없는 화가 올라왔다. 결국 예배도(주일 X) 못 드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정확하게 말하면 남편만 먼저 기도하러 들어갔고, 나는 들어가려는 시도 끝에 아이도 이 상황에서 짜증이 났는지 들어가기를 거부해서 그렇게 차 속에서 열받아서 보고 있던 미디어의 늪에 빠져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남편은 10분이 남은 줄 몰랐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남편의 꿀휴식을 위해
최대한 배려를 해줬는데,
4시가 넘어서 집에 갔는데도
여전히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과
좀 지쳐서 나도 같이 누워 있었는데
'그때 갔으면 투표 벌써 했겠다'는 그 말이 
핑계로 밖에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튼 폭탄이 터질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아주 대폭발을 했다.
참 인간이라는 것은 
나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넘어지기 쉬운 죄인인 것 같다.

사단이 틈을 노려 약점을 공격한 것일까?

과거에 매여 현재를 보는 사람은 이렇게 무섭다.
남편이든 아내이든
싸울 때 항상 상기해야 할 것은,
과거와 함께 현재를 보면 싸움의 끝은 없다는 것이다.
"네가 하는 게, 네가 생각하는 게 그렇게 뭐"

절대로 그렇지 않다.
현재를 살자.
아이가 생떼를 부려도 
그저 오늘 벌어진 일일 뿐이다.

예수 안에서 사랑을!

 

반응형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보수 기술  (0) 2024.05.29
<시간 계획의 폐해>  (2) 2024.05.16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0) 2024.05.07
뒤숭숭하지만 새벽은 좋아!  (0) 2024.01.12
공간(환경)의 차단  (2) 2024.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