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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by 온예방 2024.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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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디어 중독이 있다.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지 못하기에 최대한 절제를 하려고 하다가 일이 터지거나 삶이 무료해지거나 뭔가 모를 것에 사로잡힐 때 나는 미디어를 본다.

 

이번에 선거날 투표를 못하고, 남편과 심하게 싸우고 나서 나는 미디어에 빠졌다. 알코올 중독자가 술을 흥청망청 마시듯이 나는 그렇게 미디어에 늪으로 빨려 들어갔다. 원래는 자기 전에 내가 유튜브를 보고 있으면 남편이 절제를 시키며 통제를 하는데 나의 주체할 수 없는 화를 알았던지 서로 사과를 하고, 나의 미디어 보는 것에 대한 것을 허용하였다. 나는 스트레스를 미디어를 보며 풀어내고 있었고, 점차 재미에 빠져들어갔다.

 

예전에는 드라마 재방을 못 보는 스타일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마지막 회까지 연이어 보며 재방을 보고 또 보며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장면이나 감동적인 장면들을 보고 보고 또 봤다. 직장 서류접수가 금요일인 줄만 알고, 그전까지 밤샘 작업을 열중하는 사람처럼 낮이고 밤이고, 쏟아지는 졸음이 오면 눈감으며 귀로 들으면서 드라마부터 시작해서 사건물까지 닥치는 대로 보고 또 봤다. 영적으로는 폐패해질 수밖에 없었다.

 

기도가 안 나와도 일어나면 짧게나마 기도하려고 했고, 요새 기도가 잘 안 되어 말씀은 10장씩은 읽으려고 노력하고 했는데, 그것마저 놓으니깐 시간이 갈수록 신경질도 나고, 미디어는 재밌고 그랬다. 인간폐인처럼 말이다. 식사도 대충 먹고, 배달의 민족으로 배달시켜 먹고 그랬다. 내가 그러니 아이도 노트북을 남편도 유튜브를 각각 보며 그렇게 우리는 미디어에 침투당해 갔다. 금요일 날 정신을 차리려는데 잘 되지 않았다.

 

막힌 채로 일주일을 보낸 후 주일날에 설교를 들으니 너무나 힘들었다. 주보에 막 글을 요약해 가면서 그렇게 들었다. 그러면서 막힌 담이 헐어지듯이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고백을 마음 깊이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사람이 얼마나 웃기냐면 그렇게 진흙탕 속에서 나오고 나서 하나님의 은혜를 바로 잊어버리고 나의 불완전함을 잊어버린 채로 다시금 미디어로 1주를 방탕하게 보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40년 광야생활이 어리석게만 보였는데 왜 나는 성경말씀을 알면서도 이렇게 어리석음을 반복하는지.. 나의 죄에 절망하지 말고, 예수 십자가를 더욱더 바라봐야 함을, 그리고 영적 생활을 지속적으로 놓치지 말아야 함을 다시금 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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